봄, 잡상. 20160420

계절이 바뀜은 마치 건강이 달라질 때와 같은 느낌이다. 나는 이래야겠다, 저래야겠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몸은  벌써 비탈길을 한바탕 내려가거나, 조금 솟은 봉우리를 올라가거나, 조금 옆으로 비껴서거나 한다. 나는 겨우내 한창 그을음을 만들어 놓았다. 몸의 말을 잘 듣지 않아서 그랬던 것도 같다. 창문이란 창문이 모두 흐려지고 검어져서, 이대로 영원히 햇빛이란 없구나, 그렇게 생각하는데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런 상태의 이름은 밤이 아니라, 겨울이다. 겨울은 ‚계절의 순환은 없다’라고 말하며 스스로 멈춰버린, 하지만 여전히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마음의 이름이다.

봄은 산에 약을 뿌리듯이 가차없이, 형형색색의 막을 거두어가며 온다.

그러면 떠올리려고 한 적 없던 생각들이 떠오르고, 잊었던 감정이 돌아오고, 깜깜했던 가슴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나는 어느샌가 꿈결같은 봄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생명이 무엇인가를 다시 깨닫는다. 겨울이라는 헝겁은 여섯번 접어서 벌써 가장 깊은 장롱 구석에 봉인되었다. 추위가 기억나지 않고, 창문을 닫아야 한다, 라는 몸의 감각이 기억나지 않는다. 몸에 물이 묻어도 그냥 서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사치인 것이다.. 새들은 딱히 그럴 필요가 없어도 소란을 피우며 날아다닌다.. 그리고 녹색의 존재들이 있다. 모든 생명은 녹색을 아주 특별하게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희망의 색깔은 초록“이라는 말이 있을 법하다.

모든 겨울은 항상 가장 길다. 모든 봄은 항상 가장 충격적이다. 부활하는 사람의 기분을 우리는 아주 잘 알게 되었다. 사람을 땅에 묻을때, 그게 마지막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기분을 이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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