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구의 뒷편

아낙시만더Anaximander는 별들의 발광을 설명하면서, 천구 뒷편에 있는 빛이 구멍들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것이라고 보았다. (가다머의 말에 의하면)

그게 무슨 뜻인지 계속 생각해보다가, 얼마전 밤하늘을 보면서 이 말을 떠올려보니 소름이 끼쳤다. 그 말의 뜻은, 밤의 검은색으로 가려져 있는 부분이 실은 휘황찬란한 빛, 순수한 빛이라는 이야기였다. 따라서 우리가 밤하늘의 진짜 모습을 본다면, 우리는 눈을 뜰 수조차 없을 것이다. 위대한 태양도 실은 하늘의 참모습의 극소한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니체가 디오니소스 – 아폴론의 관계를 설명할 때 드는 비유와도 이어지는 지점이 있다. 비극예술 속에서 디오니소스가 세계의 진정한 진리를 드러낼 때, 그것은 세계의 상처이며 구멍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빛 앞에서 눈이 완전히 멀지 않도록 아폴론의 힘이 개입하여 그 상처에 치유적 연고를 발라준다고 본다. 음악에 서사가 개입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흔히 영화예술에서 서사에 음악이 조력자로 개입한다고 보는데에 익숙하지만..)

예전엔 이런 생각들에 빠질 여유가 없었다. 대학에 있다보면 그러기가 어려웠다. 지금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만큼 대학에서 멀어졌고, 그건 새로운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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