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 의 종교성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번역난이도가 지옥같은 이유는, 그가 일상언어의 용례를 결코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철학적 문제는 뭔가 전문가들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쓰는 언어와 행동양식 속에 이미 뿌리깊이 들어있다. 그냥 어떤 계기가 되면 그게 문제로 표출되는 것이지, 원래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성역이 아니다. 철학은, 안할 수 있다면 제일 좋은 것이다.

철학적 „탐구“에는 그래서 어떠한 체계도 없다. 따라서 책 <철학적 탐구> 역시 체계없이 쓰였고, 자연스럽게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과정을 그렸다. 헤매는 인간의 모습을 이렇게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미세한 부분까지 묘사하는 데 성공했다.

<탐구>는 헤매이는 사람이 보고, 자신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도록 설계된 책이다. 바로 저런 구조로 인해서 내가 이런 문제 속에 빠져들었구나, 우리 언어 내에는 저런 문제의 발생을 용이하게 하는 특정한 표현형태들이 있구나, 라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철학적 문제는 의문감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절망감이나 분노, 고집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의문 앞에서 발생하는 이런 모든 감정적인 변화들도 잡아내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학자들이 흔히 말하는) „대화편 형식“을 가졌다고 볼 수도 있고, 마치 합창곡처럼 여러개의 성부를 가지고 있다 말하는 이도 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묻는 자가 있고, 대답하는 자가 있다. 헤매이는 자가 있고, 길을 찾아주는 자가 있다. 이 모든 것은 마치 생각의 일어남과 사라짐에 명확한 시작과 끝이 없는 것처럼, 유기적으로 드러난다.

문제라함은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고, 가시처럼 성가신 것이다. 어떻게 여기에서 해방될 것인가? 어떻게 문제에 시달리면서 끌려다니지 않고, 향후에 어떤 문제가 오더라도 단숨에 쳐서 해결할 수 있는가? 그런 기술을 연마하는 방법을 <탐구>의 비트겐슈타인은 제시한다.

첫번째 통찰은, 모든 철학적 문제가 „단어의 의미“라는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너무도 당연해서 보기 어려운 지점인데, 비트겐슈타인 철학에서 아마도 가장 혁신적인 부분이다. 내가 어떤 철학적 질문을 세우더라도, 그 안에 포함된 단어들의 의미를 묻는 것으로 논의를 계속해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특정 단어의 의미가 아니라, 단어의 의미에 대한 물음 일반에 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하지만 단어의 의미를 논하는 철학적 문제로 진입해보면, 그곳도 이미 문제투성이이다. 너무나 많은 편견과, 사고의 편향들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내 철학함의 가장 기본을 이루고 있는 내적 상태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배운 모국어의 풍경과 닮아있다.

따라서 „단어의 의미“에 대한 물음에 끄달려 다니는 것을 멈추고, 철학적 문제가 나타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면, „바로 보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실제 문제들을 가지고 끝없이 대결해보면서 몸으로 익히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런 연습 끝에는 „원한다면 언제든 철학을 멈출 수 있는“ 상태,  진정한 평온의 상태가 있다.

이런 면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기본적으로 종교적이다. 개인은 철학적 문제를 통해서 이 철학에 „입문“해야 하며, 입문한 뒤에는 그의 시선에 어떤 특별한 조율이 가해진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에 „너무 당연해서 보지 못했던“ 시선을 추가하는 법을 배운다. 이 방식을 끝까지 연마하면, 그는 이전에 문제라고 여겼던 것들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된다. 그는 일종의 자유를 얻는다. 그것은 최초에 문제에 사로잡힌 영혼이 바랬던 „구원“은 아니지만, 아무튼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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