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 의 종교성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번역난이도가 지옥같은 이유는, 그가 일상언어의 용례를 결코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철학적 문제는 뭔가 전문가들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쓰는 언어와 행동양식 속에 이미 뿌리깊이 들어있다. 그냥 어떤 계기가 되면 그게 문제로 표출되는 것이지, 원래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성역이 아니다. 철학은, 안할 수 있다면 제일 좋은 것이다. 철학적 "탐구"에는 그래서 어떠한 체계도 없다. 따라서 책 <철학적 … Weiterlesen 비트겐슈타인 의 종교성

철학적 탐구 서문, 1번 지적

철학적 탐구   진보라는 것은 원래 본모습보다 훨씬 크게 보이는 법이다. (네스트로이)   서문   다음 글에서 나는 생각들, 지난 16년간 내가 몰두했던 철학적 탐구들의 집약을 공개한다. 여기에는 의미·이해·문장·논리의 개념, 수학의 기초, 의식상태 등 많은 대상들이 해당된다. 나는 이 모든 생각들을 전부 지적들, 즉 짧은 문단의 형태로 집필했다. 그러면서 한 대상에 대한 긴 사슬들을 이루며 … Weiterlesen 철학적 탐구 서문, 1번 지적

철학적 탐구 89-133번 지적 번

<<철학적 탐구>> §§89-133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 박술 역 89. 이러한 고찰들과 더불어, 우리는 다음의 문제가 서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논리는 어떤 의미에서 숭고한 것인가? 이유인즉, 논리에는 어떤 특별한 깊이 - 보편적인 의미 - 가 부여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논리는 모든 학문의 기저에 놓여있다고, 그렇게 비춰졌다. - 논리적 관찰은 만물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기에. 그것은 사물들의 기저를 … Weiterlesen 철학적 탐구 89-133번 지적 번

경전의 형성 / 비트겐슈타인 번역 문제에 대한 잡상

학기 중이라는 핑계로 너무 게을러져 있었다. 비트겐슈타인을 보면서 반성한다. 예를 들어 Satz를 "명제"로 할지, "문장"으로 할지 아직도 최종적으로 결심하지 못했다. 정말로 사고를 통해서 정면돌파할 수 밖에 없는 영역이다. 그러니까 똑바로 사고하라. <논고> 번역에서는 어차피 "명제"로 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스스로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주지마라. 그런 이유에 의해서 역어가 결정된다면 번역은 노예나 할 일이다. 모든 긴장과 강박을 놓아버린다고 … Weiterlesen 경전의 형성 / 비트겐슈타인 번역 문제에 대한 잡상

잡상 2015.9.29: 자화상, 미로건축술

내가 어릴때부터 가장 깊게 느껴왔던 질문은, 내가 문화의 중심이 아니라 변두리에 있다는 의식과 연관이 있었다. 사본의 사본을 보고있다는 인식, 나를 둘러싼 세계가 가짜라는 인식은 최초에는 한국-서양의 관계에 집중되어 있었다. "문화"라는 대상의 근원이 여기가 아니라 서구라는 사실은 우월감과 컴플렉스가 묘하게 혼합된 형태로 다가왔고, 내가 서양문화를 누구보다도 게걸스럽게 섭취하게했다. 어떤 의미에서, 변방자로서의 자기인식은 나를 급속하게 서구인으로 만들어줄 … Weiterlesen 잡상 2015.9.29: 자화상, 미로건축술

논리철학논고의 첫 번째 문장: 번역비평과 번역시도

아마 2007년 여름쯤이었을 것이다. 나는 친구가 건네준 주어캄프 출판사의 붉은색 문고판 책을 처음으로 열었고, 그 후로 몇 년 동안 내 정신을 지배하게 될 하나의 문장을 보게 되었다. 1 Die Welt ist alles, was der Fall ist. 너무나 쉬운 문장이었다. 허나 전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몇 번을 거듭해서 읽어봐도 나는 이 단순한 구문에서 아무런 정보도 얻어낼 … Weiterlesen 논리철학논고의 첫 번째 문장: 번역비평과 번역시도

논리철학논고 번역비평 (2) 모토와 서문

지금부터 찬찬히 기존 번역을 고찰해보도록 하겠다. 동서해적사의 번역은 정말로 의미 있다고 여겨질 때만 같이 감안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모토 모토의 번역은 까다롭다. 나도 처음에는 이 모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굉장히 시적인 문장이라서 생략된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잘 사용한 모토라는 생각이 든다. Motto: ...und alles, was man weiß, nicht bloß rauschen und … Weiterlesen 논리철학논고 번역비평 (2) 모토와 서문

“논리-철학 논고” 판본 비교

현재 국내에는 비트겐슈타인의 처녀작인 Logisch-Philosophische Abhandlung/ Tractatus-Logico Tractatus 의 번역본이 3가지 존재한다. 곽강제 역, 「논리철학론」, 서광사(2012) 이영철 역, 「논리-철학 논고」, 책세상(2006) 김양순 역, 「논리철학논고/철학탐구/반철학적 단장」, 동서문화사(1994) 한마디로 말하면 이 세 가지 판본들은 질적 차이가 대단히 크다고 하겠다. 읽어본 사람이라면 예상했겠지만, 그 퀄리티는 위에 나열한 순서대로다. 1. 첫 번째로 김양순의 역을 보자. 이것은 세권 중에 가장 … Weiterlesen “논리-철학 논고” 판본 비교

„고통에 예민한 민족“

정신이 어두운 시간에 니체와 같은 철학자의 글귀들이 한 무리의 횃불처럼 희번뜩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대단한 민감함을 가지고 삶의  고통을 겪고, 그것을 사유로 승화시켜낸 최고의 사상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스인은 살기 위하여 더없이 심각한 절박함에서 그 신들을 창조하였다. 우리는 그 과정을, 흡사 장미꽃이 가시덤불 속에서 피어나듯, 근원적이고 공포스러운 거인적 신들의 질서에서 벗어나 아폴론적 아름다움의 충동을 통한 … Weiterlesen „고통에 예민한 민족“

비트겐슈타인 번역에 대해 (3)

삼천포 1. 프레게의 “Satz”를 “명제”로 번역할 수 있는가? 전 글에서 잠깐 말했듯이, Satz는 독일어로 “문장”을 뜻하며, 동시에 가장 평범한 수준의 문장이다. 너무도 그 지칭하는 폭이 넓어서 클래식 음악의 “장”도 Satz라고 부른다. Satz는 물론 “놓다”의 의미인 동사 setzen에서 파생된 명사다. 문장이란, 누군가가 “놓은 것”이다. 이 정도로 일상적인 어감을 가졌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Satz라는 독일어 단어가 … Weiterlesen 비트겐슈타인 번역에 대해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