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2007년 여름쯤이었을 것이다. 나는 친구가 건네준 주어캄프 출판사의 붉은색 문고판 책을 처음으로 열었고, 그 후로 몇 년 동안 내 정신을 지배하게 될 하나의 문장을 보게 되었다. 1 Die Welt ist alles, was der Fall ist. 너무나 쉬운 문장이었다. 허나 전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몇 번을 거듭해서 읽어봐도 나는 이 단순한 구문에서 아무런 정보도 얻어낼 … Weiterlesen 논리철학논고의 첫 번째 문장: 번역비평과 번역시도
Kategorie: 비트겐슈타인 번역비평
논리철학논고 번역비평 (2) 모토와 서문
지금부터 찬찬히 기존 번역을 고찰해보도록 하겠다. 동서해적사의 번역은 정말로 의미 있다고 여겨질 때만 같이 감안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모토 모토의 번역은 까다롭다. 나도 처음에는 이 모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굉장히 시적인 문장이라서 생략된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잘 사용한 모토라는 생각이 든다. Motto: ...und alles, was man weiß, nicht bloß rauschen und … Weiterlesen 논리철학논고 번역비평 (2) 모토와 서문
“논리-철학 논고” 판본 비교
현재 국내에는 비트겐슈타인의 처녀작인 Logisch-Philosophische Abhandlung/ Tractatus-Logico Tractatus 의 번역본이 3가지 존재한다. 곽강제 역, 「논리철학론」, 서광사(2012) 이영철 역, 「논리-철학 논고」, 책세상(2006) 김양순 역, 「논리철학논고/철학탐구/반철학적 단장」, 동서문화사(1994) 한마디로 말하면 이 세 가지 판본들은 질적 차이가 대단히 크다고 하겠다. 읽어본 사람이라면 예상했겠지만, 그 퀄리티는 위에 나열한 순서대로다. 1. 첫 번째로 김양순의 역을 보자. 이것은 세권 중에 가장 … Weiterlesen “논리-철학 논고” 판본 비교
비트겐슈타인 번역에 대해 (3)
삼천포 1. 프레게의 “Satz”를 “명제”로 번역할 수 있는가? 전 글에서 잠깐 말했듯이, Satz는 독일어로 “문장”을 뜻하며, 동시에 가장 평범한 수준의 문장이다. 너무도 그 지칭하는 폭이 넓어서 클래식 음악의 “장”도 Satz라고 부른다. Satz는 물론 “놓다”의 의미인 동사 setzen에서 파생된 명사다. 문장이란, 누군가가 “놓은 것”이다. 이 정도로 일상적인 어감을 가졌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Satz라는 독일어 단어가 … Weiterlesen 비트겐슈타인 번역에 대해 (3)
비트겐슈타인 번역에 대해 (2)
2.“명제”라는 번역어에 관해 2.1. 철학과 문체 비트겐슈타인의 글을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나는 기존에 정립된 역어 중 여러 가지와 상당히 근본적인 층위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느껴왔다. 첫째로는 내가 영미 분석철학을 많이 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역어선정에서 특정한 해석의 틀에 얽매이는 바가 적다는 이유가 있겠고, 둘째로는 영역본이나 한역본의 필터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비트겐슈타인의 글을 만났기 때문에, 순전히 언어적 … Weiterlesen 비트겐슈타인 번역에 대해 (2)
비트겐슈타인의 한국어 번역에 대해서
1. 철학 텍스트의 번역 문제: "정확성"은 개념 번역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 철학 텍스트의 번역이 어려운 것은 대부분 역자와 대상어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철학 텍스트 번역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문제들은 여기에서 온다. 흔히 철학번역에서 중시되는 어원적 정확성, 학문적 적합성, 다른 개념들과의 정합성, 이런 것들은 도리어 마지막에 고려해야 할 문제다. 아무리 정밀한 해석의 시스템으로 빈틈없이 접합시킨다 … Weiterlesen 비트겐슈타인의 한국어 번역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