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 2016 06 15

시간이 흐르고 있다. 군대라는 공간을 떠난지 2주일이 되었고, 떠나고보니 내가 얼마나 그곳에서 괴로워했었는지 알겠다. 마지막 한 해는 상당히 힘들었다. 자폐적인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남은 수업을 하러 부대에 다시 들어갈 때마다 온몸이 경직되는게 느껴진다.

스스로와 약속했기 때문에 나는 수염을 자르지 않았고, 부대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나를 경이롭게, 경멸스럽게, 경악스럽게 쳐다본다. 나는 반바지를 입고 선글라스를 썼지만 하나도 자유롭지 않다. 자유롭겠다는 의도로 이 물건들을 몸에 걸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수염을 밀어버릴 수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기 때문에 나는 온몸이 굳는다. 나는 전보다도 더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을 피해다닌다. 그림자가 된 기분이다.

나는 이 사람들을 모두 사랑할 수가 없었다.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매일 산에 오른다. 등산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등산에서 하산으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산에 오르는 동안에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저 오르는 것만을 생각하고, 몸에 일정한 부하를 주는 것이 즐겁다. 마치 숲에서 빛이 들어오는 공간을 만나듯이, 밤에 번개를 보고 소리를 기다리듯이, 산에서도 허공이 뚫리는 순간이 있다. 이 순간이 등산이 끝나는 순간이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중력을 극복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한순간이지만 나는 본다, 나는 보았다. 나에게 눈이 있구나, 하고 느낀다. 산을 오르는 동안 눈은 그저 벌레의 더듬이 역할정도밖에는 안하지 않았는가.

자연은 훼손되어있고, 훼손된 내가 회복을 찾으며 자연으로 들어가면, 자연은 그로 인해 더 훼손된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밤나무 군락지는 흰 꽃들로 만발했으며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그 군락을 보았지만, 아무도 그 아래를 거닐어 본 적은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한다. 아무도 그 아래를 거닐어 본 적은 없는 숲을 쳐다보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나는 훼손되어 있고, 그것은 내 탓인 동시에 내 탓이 아니기도 하다. 훼손도 회복도 방치도 없는 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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