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고도 모자라서 11월이 오고 한해의 마지막이 오고 감기까지 걸리고서 나서야 겨울이구나, 생각한다. 트라클의 시 중에서 schwarze Novemberzerstörung이라는 시어가 있다. "검은 11월의 파멸"라는 뜻이다. 독일인이 11월을 떠올리면 마음속에 들리는 음악을 이렇게 파괴적으로 담아낸 싯구는 두번 다시 없을 것 같다. 저녁기도 무렵 이방인은 자신을 잃어버린다, 검은 11월의 파멸 속에서,삭아버린 나뭇가지 아래에서, 나병 고름 가득한 성벽을 걸으면서,예전 … Weiterlesen 11월 단상
Autor: Sool Park
보이론 수도원 #1
8년, 어쩌면 9년만에 수도원 보이론Beuron에 돌아왔다. 철학 학부생이자, 망가진 세계에 어딘가에 남아있을 종교를 발견하고자 무던히도 애쓰던 이십대의 B와 나는 이곳에서 세번의 봄을 보냈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몇번의 극적인 순간들과 병적인 시간들을 지나, 스스로의 눈이 약간이지만 깊어진 것을 느꼈다. 수도원과, 근처를 감싼 자연이 내뿜는 고요함이 아주 직접적으로 마음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공기라고 부르고, … Weiterlesen 보이론 수도원 #1
Text für die Ausstellung: „5541km“
5541 km Mari Iwamoto / Despo Sophocleous13.-17. März 2019 Der Blindgänger Die Bombe fliegt durch die Luft. Nicht nach oben wie die ersten Bomben, die nur ein schönes Feuerwerk meinten, sondern nach unten. Denn sie will Zerstörung; ihr Gesicht im Untergang ist schwarz und ernst. Dort unten ist eine Welt aus Beton und Glas, ja … Weiterlesen Text für die Ausstellung: „5541km“
남는 자리, „선가귀감“ 독일어 번역
새 블로그에 처음으로 글을 쓴다. 페이스북을 매장해버리고 나서 (연락 용도 때문에 아직 완전히 매장하지는 못했다) 마음에 많은 시간이 남게 되었다. 헛생각을 안하는 것은 아니지만 발화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보호를 받는다는 느낌이 있다. 세상에 뱉은 말은 유령처럼 계속 나한테 돌아오는 것 같다 뭐 그런 느낌 이렇게 워드프레스의 인터페이스로 글을 쓰고 있으면 좋아요와 댓글과 메시지를 받을 전망이 … Weiterlesen 남는 자리, „선가귀감“ 독일어 번역
그리스 여행기 #1
새벽에 뮌헨 공항을 떠나, 이스탄불을 경유해서 아테네의 숙소에 도착하자 벌써 해가 중천이었다.서울에서 오신 아버지는 에어비엔비에 몇시간 전에 이미 도착해서, 아카시아 나무가 드리운 발코니에서 브루노 스넬의 <정신의 발견>을 읽고 계셨다. 나는 그리스의 공기를 처음으로 마시고, 햇빛을 처음으로 쬐었다. 아무런 불편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남의 집에 앉아 있었지만 내 집처럼 편안했다. 위험이 느껴지지 않았다. 공기 자체가 무언가로 가득 … Weiterlesen 그리스 여행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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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해지면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해지면서, 나는 나약함을 참았다. 공기가 무거워지고 중력이 무거워지는 느낌. 개방되고 싶지 않은 어떤 것이 내 안에서, 그 오래된 문을 열어젖히려는 나에게 대항하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첫 번째 숨을 내쉰 이후로 나는 그것에 몸을 내어주었고, 첫 번째 굳은 음식을 먹은 이후로 그것에 마음을 내어 주었다. 나의 거의 모든 부분은 그것이 가져갔다. … Weiterlesen #
마치 축일을 맞이한 듯이…
횔덜린의 유작 "마치 축일을 맞이한 듯이..." 번역을 손보고, 독일어 텍스트를 녹음해보았다. Wie wenn am Feiertage ... Friedrich Hölderlin Wie wenn am Feiertage, das Feld zu sehn, Ein Landmann geht, des Morgens, wenn Aus heißer Nacht die kühlenden Blitze fielen Die ganze Zeit und fern noch tönet der Donner, In sein Gestade wieder tritt … Weiterlesen 마치 축일을 맞이한 듯이…
횔덜린의 귀향 Heimkunft
횔덜린의 시 귀향(Heimkunft)을 본다. 시작은 이렇다. 알프스 깊은 곳은 아직도 밤으로 빛나고 희열을 노래하는 구름은, 깊게 벌어진 골짜기를 덮는구나 Drin in den Alpen ists noch helle Nacht und die Wolke, Freudiges dichtend, sie deckt drinnen das gähnende Tal. 첫 행만 읽어도 이것은 디오니소스적 혼돈과 아폴론적 꿈에 관한 시다. gähnen을 여기서 일상어 용법의 "하품"으로 … Weiterlesen 횔덜린의 귀향 Heimkunft
잡상 20170217
글이 풀리지 않아서 도서관 앞 영국정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영국정원Englischer Garten은 영국식englisch이기도 하지만, 천사적engelsch이기도 하다. 프랑스식 공원에 비해서 영국식 공원은 자연의 모습을 본따서 만든다. 모든 것이 자연인데, 자연을 "본따는 것"은 무슨 뜻인가? 글을 쓸 수 있는 때가 있고 없는 때가 있다. 일생의 대부분을 글을 쓸수 있는 상태로 보낸 사람들은 대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나는 … Weiterlesen 잡상 20170217
트라클의 „노발리스에게“ – 노발리스의 „밤의 찬가“
10년 넘게 집요하게 읽던 시인들과 철학자들이 시간이 지날 수록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하다. 8년 전쯤에, 당시 철학 박사논문을 쓰던 친구에게 "니체, 비트겐슈타인, 키에르케고르가 내게는 하나"라고 말하니까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내게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아. 박사논문을 하나 써도 될 주제겠어"라고 놀리듯 말했다. 그후로 나는 릴케, 첼란, 트라클, 횔덜린, 하이데게 등을 읽었고, 노발리스도 만났다. … Weiterlesen 트라클의 „노발리스에게“ – 노발리스의 „밤의 찬가“